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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 엉거주춤

2016년부터의 내글 리뷰하기

by only-peace-x 2025. 3. 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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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내 궁둥짝에 푹꺼진 쇼파에 같은 궁둥이를 맞춰 앉아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왼쪽 한켠 시스템 행거에 쪼르르 걸려있는 나의 옷들을 가만히 쳐다보게 됩니다.
구색이 그럴듯 맞춰진 옷,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색이 빠지고 바래지고 축축 옷깃이 꺼져 축 쳐진 옷, 뻣뻣하다 못해 성나보이는 옷,

나를 오래오래 들쳐업고 밖을 서성이던 다양한 옷들, 또 최근 새로이 자리하여 데리고 빨리 나가주기 바라는듯 꿈틀대는 옷들,
또 무언으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옷들, 옷 하나하나들과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명확히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꼼꼼히 뜯어보고 뚫어지게 바라보면은 비로소 나에게 굉장히 멀게 느껴지는 기억이 하나 툭 튀어나오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고요.  

옷에도 기억이 서린다고 하대요.
오늘따라 유난히 시스템 행거에 걸린 옷들이 가지런하지 못하게 엉거주춤 걸려있는 듯 보였습니다.
엉거주춤, 나는 지금껏 주변만을 서성인 것은 아닌지 옷으로 하여금 되돌아 보는 하루이군요.

아침에 자전거를 타려다 마음이 흐려 가지 못하였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잔뜩 싸질러놓았던 글들을 이불속에 폭 몸을 감싸안고 읽어보았지요.

2019년,
썼던 시와 글들을 탈고하여 책을 내보겠다는 조금은 어리숙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2025년이군요.
언젠가는 용기를 내어 탈고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엉거주춤하던 것들이 문득 다시 고개 돌렸을 때엔 가지런히 정돈돼 보일 수도 있을테니까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짧게든 길게든 토하듯 뱉어내듯 어줍잖게 감정적으로 어떠한 텍스트 덩어리들을 꾸준히 싸질러냈다는 점에서는 마음이 놓이는, 마음이 조금 흐린 오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