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고요하지 않을 때에는 다른 조언의 말이 아무렴 들리지도 않듯,
"다른 것에 시간와 마음을 쏟다보면 자연스레 머릿속에서 희미해져 간다"는 말을 요새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하루에 근 두어시간을 원망과 서글픈 감정에 빠지곤 한 것이 최근까지인데, 다른 일에 어찌저찌 몰두하다보니
과거와 얽혀진 우울 같은 감정이 물살을 타고 나를 엎어트리고, 덮치고, 갉아먹지 않게 된지가 어엿 4일차입니다.
괜찮아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나의 태세가 전환되는 것이 무서우면서 참 어이가 없다고 여겼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아픔인양 어린애처럼 울곤 했던 캄캄한 열시는 여간 머슥해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또 다시 그런 물살이 덮쳐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니 열시는 항상 조심 해야 하겠지요.
'사람 사는 데 일도 감정도 상황도 다 업다운이 있는 법이다'
제가 좋아하는 삶의 이치를 오늘 또한번 체감하여 문장 통째로 오물오물 되새기며 홀로 고개를 두번 끄덕여 보았습니다.
생각과 감정은 동시간대 이루어지기에 무엇이 먼저 선행되어 후발주자를 견인하는지, - 가령 어떠한 생각이 들어 감정을 촉발하는지,
그냥 다른 변수로 인하여 감정적인 무언가 내면에서 솔솔 일어난 것이 생각으로 연결되는지 - 사실은 둘다이겠지만, 세상에 상주하는 각개체를 위해 온 우주가 대동하는 일까지는 아닐테지요. 종교를 믿지 않는 탓에 그 어떤 교리나 이론에 기대지 못하겠다만 사실 세세히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인간의 살아있음이란 원채 이상한 것이니까요.
카뮈의 <이방인>에는, 제가 좋아하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태양때문이었다"
물론 위 소설은 사회의 부조리나 관습에 대한 인간소외를 적나라히 담아낸 소설이지만, 인간의 행동은 모든 감정과 과거 경험을 수반해 복합적인 형태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저는 가끔 아무렇게나 나쁘게나 좋게나 "모든 것은 태양때문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조금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아침 저녁 자전거를 타는 일도 아침 저녁 행복감을 가져다 줍니다.
그저 울분을 토해내듯 아무렇게나 쏟아내는 글 보다는, 조금 단단하고 조금은 완결돼 보이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양재에 있는 수타 짜장면 집에 꼭 가고, 아주아주 맛있는 커피를 마셔야 겠습니다.
가까운 듯 먼 그대여 (0) | 2024.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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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막지하게 글이 쓰고 싶은 그런 날도 있는 법입니다. (0) | 2024.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