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은 회사 일대로 바쁘고,
처리해야 할 개인적인 일 또한 산더미였다.
왜 떠나간 사람은 그냥 슝 자리만 떠나버렸는데
남은 나는 정신적 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뒷처리를 다 해야하는 것인지
너무 현타가 왔다 월요일에 제정신이 아닌채로 회사에 목석처럼 가만히 앉아 한숨을 이백번 정도 쉬었다.
기분이 태도가 되어, 나 건들지마 아우라를 뿜으며 모든 사람들을 눈치보게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떄의 난.
자동차 하나 처리하는데도,
실내세차를 해야 하고, 명의이전의 사실이 사고를 은폐하는 것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무려 여섯가지의 서류가 필요하고, 대여섯개의 밀린 과태료와 통행료를 수납하고, 보험을 해지해야 하고, 인감을 떼어야 하고, 딜러들에게 수십통의 전화를 받으며 네고를 치고,
집에 있는 흔적을 지워내는 데에도,
옷가지를 처분하고, 이불을 버리고, 사진을 태우고, 하기까지 꼬박 세 달이 걸렸는데 이젠
이사를 해야해서 부서진 문짝을 수리하고, 조명을 갈고, 부동산에 수십통의 전화를 하고, 차라리 찌그러진 자전거 하나 버리는 게 쉬웠다.
모든 게, 너무
너무나도 버거웠나보다. 그냥.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는 지나가 평안하다기보단 좀 안정기에 접어섰나 싶었는데 몰려오는 처리할 일들이 넘치다보니, 문득 그냥 돌멩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도 관두고 화성 새집에 가서 알바를 하던 프리랜서를 하던 거기 쿡 박혀서 살까, 생각도 해보고, 그러다가도 현실감이 떠올라 네이버 부동산에 들어가 3억 언저리서울에 있는 집을 알아보다가, 은행가서 대출 상담도 받아야하고, 또, 또...
아,
너무 많은 것이 어깨 위에 얹어져 있다보니
어느순간 뭔가 정신줄 끈을 놓아버린 것처럼 맹 하고 삶의 의지가 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H의 휴대폰 케이스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다.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그치,
그래도 해야지
근데 좀 쉬어가고 싶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
나 좀 투정 부리고 싶다 힘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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