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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글을 꺼내보다보면

낭만, 불안, 그 사이 어디

by only-peace-x 2024. 8. 2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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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는 다른 조금 발랄한 글루미와 근심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좀 척척하다면 그땐 좀, 그래도 좀 찰박찰박했달까. 외람된 말씀인데 제 감성은 죽지 않았네요. 데헷.

마치 삐뚤게 자리하고 있어도 자기 역할을 꿋꿋히 잘해내려 노력하는 어느 화장실의 휴지걸이 같달까. 고개를 옆으로 삐죽 돌려 눈을 마주쳐야 해요 그리고 휴지는 삐딱하게 끌려나와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고개를 돌려주세요. 휴지를 길게 뽑아주세요. 기일게.



2016.6-11
*의성어 無

안개의 다리를 건너
호랑이의 잠결 코골이를 따라
조촐한 호수에 다다르면

단정했던 옷매무새를 걷고
뿌연 거울 위에 얼굴 비추고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장독 던지듯
고꾸라져 내 영혼을 빠트린다.

*의성어 有

사박사박
안개의 다리를 건너
호랑이의 잠결 코골이를 따라
저벅저벅
조촐한 호수에 다다르면 
고이고이
단정했던 옷매무새를 걷고
뿌연 거울 위에 얼굴 비추고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장독 던지듯
고꾸라져 내 영혼을 빠트린다.
퐁당퐁당

2016.627
가장 죽고 싶은 사람이 가장 삶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이상, 자연, 인간, 인간이 가진 나약한 감정선.
이치와 본성, 주변과 본질. 이념과 실천. 그리고 거기에는 그것들을 모두
이해하려 애쓰는, 애쓰기라도 한다면 세상이 조금 더 밝게 보일까 궁리하며
시간을 쏟는 멍청한 내가 있다.
 
애쓰고 깎아내 보아도 어지럽고 복잡하며 그 수와 양과 깊이가 하도 많고 넓어
다 생각하기에도 시간이 벅차다.

더더욱이 내가 멍청하다는 증거는,
육체적 피로가 정신적 사유를 오도하는 순간들을 참아내지 못하고 부글부글
화를 내면서도 그것에 몸을 맡겨버린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 누구도 손가락질 할 자격 없는
나약한 인간. 거지같은 몸뚱이 거짓부렁뿐인 언어. 그리고 죽음을 바라는 존재.
 
무엇이 다른가!
열심히 살아가는 하루인들 무엇이 다른가.
한낱 죽음에 벌벌 떨며 살아내는 하루인들 무엇이 아련하랴.
어떤 것이 더 안쓰러운가.
사실 굉장히 간단하고 안쓰럽게도 명쾌한 것은,
그 둘은 거의 똑같다는 것이다

2016.7.19
저는 요새 이렇게 삽니다.

7시쯤 잠에서 깨어 멍하니
창문으로 구름을 봐요.

라디오를 들으며 휘적휘적 아침을 줏어
먹고 나면 나갈 준비를 해요.
아무 약속은 없지만 밖에 나와요.
갈데가 없어서 서성이다 결국엔 카페에
들어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에 코를
박고 있기도 하고, 글을 끄적이기도 해요. 그게 답니다.
이렇게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참 오랜만이에요. 근심없이요.

저녁도 혼자먹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요.
한숨이 나도는 공기, 무기력한 티비소음이 있는 집은 저를 짓누르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침대에 누워서는
내일의 구름을 어서 만나야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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