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 가지 않았다는 것에 가치가 있는 거에요
어떤 밤도 새벽이 없는 밤은 없다. 비록 새벽 하늘이 흐릴지라도 밤보다는 훨씬 밝은 것이니까
예전에 짧은 리뷰를 보고선 계속 쟁여두고 있던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를 현정이와 함께 봤다.
나는 속이 좁아서 그런지 불안한 츠레에게 단단하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하루코를 가진 인생을 사는 츠레가 내심 부럽더라고. 중간중간 나오는 이구아나 연출은 정말이지, 일본의 - 뭐랄까 눈을 사박사박 밟을 때 느껴지는 엄청 그 감정이 되게 사소한데 뭔가 되게 귀중한 희열 같은거 - 영화 감성을 너무 잘 표현해낸 것 같았다.
일본 영화 중 좋아하는 작품들을 꼽자면 뭐 다들 그렇겠지만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 그리고 <도쿄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인데, 역시나 잘하는 걸 더 잘한다고 일본 특유 감성이 너무 잘 묻어나는 것들. <도쿄 밤하늘~ > 생각보다 꽤 여운이 오래갔다. 인간은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그럼에도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 도쿄의 척박함 속에서 다들 처연해보여도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자마다 따뜻한 감수성을 품고 살아간다는 걸 영화적으로 잘 풀어낸 작품이다.
어쩌면 도쿄가 아닌 우리 모두네의 하루하루이기에 오래 마음속에 남았지 않을까.
<도쿄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해보다 기가막힌 평론이 있어 함께 첨부한다.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0072
아무튼 잘 봤던 영화. 다시 가끔 꺼내보고 싶어질 것 같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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