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둥근 말을 이 다정한 말을 왜 누르고 살아야 하지? 말없이도 알아듣고 말없어도 통하면 얼마나 좋아 모르겠는 걸 도통 모르겠는 걸 어떡하냔 말이지 쑥스럽다거나 헤퍼보인다는 것도 다 꼰대들의 철벽이지 사랑해사랑해사랑해, 호접란에 물 줄 때마다 속삭였더니 윤기가 도는 이파리 좀 봐 피어나는 꽃잎을 봐 그냥 미소가 번지잖아 웃음이 툭툭 터지잖아 온몸에 향기가 돌잖아 사랑해, 말하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말이 아무것이 되어 마술을 부리지 역병의 그늘도 환해지는 이 말랑말랑한 말을 이 뜨거운 말을 왜 아끼고 살지? 우연히도 인간이라 불리며 이곳에 있는 너는, 너는
시집 『구석으로부터』 (애지, 2024)
무서움에 대하여 (0) | 2025.03.27 |
---|---|
500일의 썸머 (0) | 2025.03.01 |
하얀 여름 (0) | 2025.02.16 |
좀 늦었지만, 2024년 행복했던 일들 회고 (0) | 2025.01.05 |
식후에 이별하다 (0) | 2024.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