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이가 일하는 곳인 <오피스사계 제주>
이 공간을 설계하고 하나하나 진심을 다해 꾸며놓은 대표는 어떤 인물일까, 궁금증이 커져 인터뷰를 찾아 봤을 정도로 이분은 감각이 뛰어나며 공간 하나하나에 취향을 그득그득 묻혀둔 게 굉장히 인상 깊었다.
실제로 대표는 건축사무소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뒤, 코로나가 시작되기도 전 워케이션이 가능한 숙소+오피스 플레이스를 생각하고 8천만원 자본금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예상컨대 서울에선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긴 하지만, 뭔가 자신만의 꿈을 실현하셨다는점에서 제주 라는 지역이 아주 잘 어울린다.
그리고 역시 성공한 창업가는 기본적으로 자신만의 색채를 가득 담는 "브랜딩"이란 걸 잘 하고, 그에 대한 감각을 가진 것 같다. 잠시 머물면서 마음에 들었던 공간, 그에 덧붙인 사유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오피스사계 입구. 일하는 공간이지만 이곳에서는 누구보다 평화로워지길 바라는 'O-PEACE' 언어유희부터 감각적이다. 오랑우탄 면사무소도 누들 오피스 라고 지은게 참 네이밍 잘했다 생각했는데, 들어오는 입구부터 이름같은 평화를 안겨준다.
Ps. 그 어떤것에도, 사물에도 사람도 시간도 공간도, 이름이 없다면 실체가 없고 이름을 붙여야 그제야 그 실체가 생기며 쓸모를 갖는다.
- 어디선가 읽은 글 중
시간에게도 이름이 있다. 몇시몇분몇초. 1초는 1초의 일을 하고, 3시는 한참 더울 시간에 일을 한다.
- 내가 그냥 어줍잖게 생각해본 것 (풉)
'New - Workers' 일하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의미를 담으며 동시에, 뉴요커 를 오마주 한 것 같은 느낌 - 실제로 인테리어 감각도 어마무시하게 뛰어난데, 정말 맨하탄의 잘나가는 출판사 갬성이란 느낌을 많이 받았다. 어떤 채널 - 미디어든, 다른 공간이든- 에서 인테리어 영감을 얻어내시는지 궁금하다.
전체 건물 컬러감은 빨강(벽돌색)이지만, 포인트 컬러를 딥그린으로 매치했다. 그린이 제주같은 자연색이기도 하고, 공간 곳곳에 녹색 분위기를 잘 깔아두었다.
어떤 공간에서 “감각이 있다” 고 느끼는 포인트는
사소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메인 포인트 컬러를 여기저기에 깔아둔다. 공간감이 통일된 느낌을 잘 준다. 메인 벽색깔도, 다양한 세부 인테리어소품이나 서랍들도, 심지어는 메모지를 붙이는 테이프, 작은 의자마저 초록색.
심지어 자전거도 초록색이다.
얼마나 고객경험을 위해, 그리고 브랜드 색을 잘 드러내기 위해, 자전거의 실용성(잘 나가는지)에서부터 초록색이어야 하는 저 자전거를 골랐을 그 의도와 딱맞는 것을 찾아헤맨 공간 설계자의 시간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사소한 포인트들에서 얼마나 여기 방문하는 '고객 관점'에서의 인테리어, 서비스를 구현하고자 하는지 잠시 있는데도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멋지다.
물론 이 공간에 다른 컬러가 안쓰이는 건 아니다. 조화를 잘 이뤄냈다. 오히려 녹색 한가지 원색만 주구장창 사용하였으면 다양성도 떨어졌을 것이며, 피로감만 줬을 것 같다. (난 인테리어알못이지만, 추측컨대)
쉼을 위한 공간에는 코지한 주황색, 왠지 일이 시원하게 잘풀릴 것만같은 파란색 업무 공간, 각각의 공간에서 누구 하나 튀지 않게 조화를 잘 이루게끔 배치한 것이 핵심 포인트다.
이곳에 머문 여러 기획자, 개발자, 마케터의 인터뷰를 담은 책도 있는데, 거기서의 뉴워커스 의미는 다음과 같다.
뉴워커스: 일의 경계를 밀어내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는 사람들. 잘해내는 수준을 넘어 자기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가는 사람들. 대표는 이 책을 엮으며 이런 궁금증으로 시작했다고 답한다.
잘해내는 수준을 넘어 자기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가는 사람들이었다. 원동력이 뭘까? 출발이 달랐을까? 남다른 환경에서 자랐을까? 어떤 선택이 모아져 경계를 밀어내는 사람이 된걸까? 부러움도 부러움이지만, 그들이 과연 어떤 길을 밟아 현재까지 왔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궁금한 에너지를 모아 이렇게 책을 만들게 되었다. O-PEACE의 운영자로서 '업무공간'이라는 바운더리를 밀어내는 기업을 만들고 싶은 바람도 담겨있다.
<오피스사계> 공간 대표는 일과 삶의 경계를 밀어내는 정말 세밀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그리고 여러 공간 속에 그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이 공간만 해도 그렇다. 안쪽으로 쭉 들어오면 있는 서재와 같은 공간이다.
딱 오피스같은 큰 공간을 지나쳐 다른 문으로 들어오게 되는 이 공간은 서재스러운 것들로만 가득 채워놨다. 일단 바닥면부터도 카페트다. 제목만 봐도 기획자 개발자 마케터의 영감을 들쑤시는(?) 책들이 자리해 있고, 편하게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쇼파도 있고(정말 편해서 잠들정도), 서랍장을 자세히 보면 책을 색깔별로 정리해둔 디테일까지 볼 수 있다. 정말 서재같이 안락한 느낌을 선사한다. 찬탄 드립니다.
작업하는 공간의 의자도 보기엔 진짜 딱딱해 보이는데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가 안아프고 편하다. 여기 머물러 이 의자에 앉아 오래 자신만의 영역과 싸움 예정인 고객을 위해 얼마나 다양한 의자에 앉아봤을까? 또 공간에 조화롭게 어우러지면서 인테리어를 해치지도 말아야 하며, 색깔이나 소재도 촌스럽지 않아야 하며.... 등등등 아마 의자 하나를 고를 때에도 왠지 고객을 위한 모든 것들을 치열하게 고려했을 것 같다. 새삼 대표라는 분과 대화를 해보면 참 다양하고 새로운, 영감 터지는 주제나 아이디어를 같이 나눌 수 있겠다 (나눠주실진 모르겠지만) 생각이 들었다.
공간으로써의 브랜딩을 아주 아주 잘한다 느꼈다.
중간중간 보이는 귀여운 유우머 카피라이팅. 문앞에 서있는 돌하르방+멘트 센스 미쳤다
오랜만에 변기에 앉아 스킨푸드를 떠올렸다
뉴워커스, 공간이 주는 해답, 일 영역의 경계를 넘어 서는 사람들에 대한 해답은 이곳, 공간의 가장 맨끝에 자리하고 있다. 책 제목은 아래와 같다.
NO NEED TO HURRY
NO NEED TO SPARKLE
NO NEED TO BE ANYBODY
BUT ONESELF
-문장수집가
Being Exceptional
차이: 남다른 감각의 탄색
-롱블랙 엮은집
그야말로 일의 영역을 밀어내고 경계를 넘나드는 것, 그것은 바로 "차이"다.
무언가와 꼭 달라야 한다 관점이라기보다는, "나 다운 것"이 발생시키는 차이의 지점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 발견에서 멈추지 않고 나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는 실행력.
해답이라고 딱 단정지을 순 없지만 바로 그게, 뉴워커스가 지향하고 있는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에서 볼 수있는 공통점 인 것 같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독서의 개념을 넘어 그 사람을 알고 이해하고 그 사람의 세상을 어깨너머 체험하는 것이라고 한다. 공간도 매한가지 같다. 한 사람을 잘 꾹꾹 채워서 경험하고 간다. 좋은 경험이었고 또다시 경험하고 싶은 추억이 되었다.
+ps. 책장에 마케터 이승희 책이 있었는데, 가끔 나는 마케터로써의 내가 감각과 트렌드를 잘 읽는 편이라 생각하면서도 아카이빙이 잘 되지 않는다고 느낀 적이 있다. 이승희 이분은 자신의 영감을 인스타에 열심히 수집, 기록했고 그것이 책으로 탄생했다. 그런 아카이빙 능력, 그리고 사소한 순간들에 영감을 캐치하는 능력에 시샘이 들어 그 책을 일부러 읽지 않았었다. 오랜만에 다시 봐서 슬쩍 들춰봤는데 역시나. 부럽다. 몇장 그래도 남겨두기 위해 사진은 찍었다. 그래도 책을 오롯이 읽진 않을 것이다. 하하하.
+ 돌아오는 날, 현정이에게 선물로 그 책을 받았다. 아주아주 눈물날 것만 같은 짧은 편지와 함께. (정작 주는 너는 시크하게 건넸지만 내 눈가는 시큰했어. 아재개그미안)
아마 서울에서도, 그때의 기억을 내내 음미하라고 준 책일테지. 고마워 현정, 고마워요 오피스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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